숙성 기간
위스키는 보통 숙성년수에 따라 구분합니다.
12년 숙성과 18년 숙성 등이 그 예시이며, 숙성년수를 표기하지
않는 NAS(No Age Statement) 분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숙성 위스키를 더 높게 치며, 실제로 가격도 높지만
맛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서 나무 빤 물 맛이 나는 고숙성 위스키들도
종종 나오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NAS라고 해서 질이 나쁜 것 역시 아닌데, 조니워커의 최상위
라벨인 블루 라벨 역시 NAS를 고수합니다.
블루 라벨의 경우 15년 숙성 원액부터 60년 숙성 원액까지 블렌딩하여
만드는데, 사용된 원액 중 최소 숙성 원액의 연수만을 표기할 수 있는
스카치 위스키 규정에 따르면 이는 15년 숙성으로 표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실제 품질보다 저평가받을 위험이 있어 반대로 표기하지 않습니다.
스카치 위스키의 경우, 3년 이상 숙성해야 스카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으며, 더 맥켈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12~18년 숙성에서 오크와
원액의 균형이 가장 뛰어나다고 합니다.
다만, 이를 완성품의 밸런스가 좋다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오크의 맛과 원액의 맛의 균형이 잡혀있다는 말이며,
원액의 맛과 오크의 맛이 훌륭하다면 이보다 저숙성이나 고숙성에서도
얼마든지 밸런스 좋고 맛있는 위스키가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둘의 질이 좋지 않다면 12~18년에서도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술이 나오게 됩니다.
간혹 "12년 산", "18년 산"같이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몇몇 수입사까지 이런 실수를 하지만, 숙성년수에
연산(年産)이라는 표현은 틀린 표현입니다.
연산은 해당하는 연도에 만들어졌다는 뜻이기 때문에 보통 1990년산
빈티지 같은 방식으로 표기되고, 위스키같이 숙성년수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에 누군가가 '18년 산'이라고 칭하면,
2018년이나 1918년에 만들어진 경우에만 맞는 말입니다.
숙성년수는 "18년", "18년 숙성" 등으로 표현해야 정확합니다.
원칙적으로 틀린 표현이지만 주류에 무지한 일반인들은 잘못된 표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잦으며 구글에서도 ‘밸런타인 17년‘ 검색 시 ’ 17년 산‘
으로 교정합니다.
워낙 중구난방으로 일반인부터 언론 기자들조차 년산을 오용하다 보니
숙성년수 미표기, 일명 NAS 위스키를 지칭하는 단어로 "무연산"이라는
해괴망측한 조어까지 만들어내서 난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요즘 출시되는 많은 제품들은 면세점을 중심으로 고 숙성 원액의 부족으로
인한 NAS 위스키의 출시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맥켈란은 많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까이는 중입니다.
숙성원액이 가장 많은 글렌피딕조차 면세점용으로는 정규 에이징을 없애고
정규 에이징에 해당하는 NAS로 에디션을 여러 가지 내고 있습니다.
글렌피딕 측은 면세점에서 일반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위스키들을 접해보게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조니 워커 더블 블랙같이 면세점 전용으로만 풀다가 결국 안 팔리고
시중까지 내려온 경우가 있어서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아메리카 위스키는 오크통 숙성의 연수 제한이 없습니다.
이론상으로는 1초만 오크 숙성해도 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2년 이상 숙성하면 스트레이트(Straight) 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위스키 원액이 51% 이상 포함되면 위스키라고 붙일 수
있는 법안도 있어, 켄터키 젠틀맨(Kentukey Gentleman) 같은 저가
브랜드에서는 51%의 스트레이트 버번 원액과 49%의 주정을 섞어
스트레이트 버번 위스키로 팔고 있으니 주의하기 바랍니다.
미국 위스키 생산지 중 대다수가 증발량이 많고 숙성이 빠른 기후를 가지고
있어 고숙성 위스키를 만들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하지만 아메리칸 위스키에 고 숙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고숙성 아메리칸 위스키는 스카치 못지 않은 품질과 가격을 보여줍니다.
오크통
위스키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오크통이다.
위스키의 맛과 향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오크통 숙성에서 오기 때문
입니다
실제로 위스키 맛의 최소 60%는 통에서 온다고 합니다.
유명 증류소인 글렌모렌지는 자신들이 통에 기울이는 노력을
'집착'이라고까지 표현합니다.
당연히 같은 증류소에서 만든 위스키라도 어떤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느냐에
따라 맛이 갈립니다.
세리 캐스크
전통적으로 위스키 숙성에 사용되는 오크통은 셰리 운송에 사용된
로부르 참나무 오크통이었습니다.
이를 셰리 캐스크라고 합니다.
셰리를 숙성할 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운송용'으로 사용되었던 오크통임에
유의해야 합니다..
고숙성 고품질 셰리 와인을 담았던 운송용 캐스크는 뛰어난 위스키를
생산할 수 있었으나, 1986년 스페인에서 더 이상셰리를 운송할 때 오크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고숙성 고품질 셰리 캐스크 공급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현재는 많은 증류소에서는 저가의 셰리를 이용해 셰리 캐스크를 따로
만듭니다.
이를 셰리 시즌드(Sherry Seasoned)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쓰인 셰리는
음용이 부적합하여 증류 과정을 거쳐 브랜디로 조주 하거나발사믹 식초로
가공됩니다.
운송용 캐스크가 금지된 과도기에는 페드로 히메네즈(Pedro Ximenez)
셰리를 설탕과 함께 졸여서 시럽 형태로 만들고, 이를 캐스크에 뿌려
셰리와 비슷한 풍미를 내는 방식이 선호되었습니다.
이를 팍사레트(Paxarette)라고 하는데, 스카치위스키 협회에서는
이를 첨가물로 보아 금지시켰습니다.
다만, 위스키 전문가 필립 힐스(Philip Hills)에 의하면 셰리 캐스크에
비해 품질이 조악해서 쓰이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셰리 캐스크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팍사레트 또한 금지된 이후에는 버번
캐스크가 자주 쓰입니다.
버번 위스키는 항상 새 오크통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숙성을 끝낸
오크통은 애물단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걸 스카치 위스키 증류소에서 저렴하게 가져와서 사용하는데,
셰리 캐스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며 복합적인 향이 나기 때문에 이쪽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대부분의 위스키 생산자들은 버번 캐스크 원액과 셰리 캐스크 원액을
블렌딩 하여 출시하며, 이를 통해 위스키의 복합미를 높입니다.
발베니에서는 최초로 캐스크 피니시(Cask Finish)라는 기법을 선보였는데,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된 원액을 셰리 캐스크에서 단기간 추가 숙성하여
풍미를 입히는 방식입니다.
이후 많은 위스키 생산자들이 이를 따라 하면서 캐스크 피니시 기법이 정착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와인 캐스크나 포트 캐스크 같은 셰리 외의 와인 캐스크를 사용
하거나, 코냑 캐스크, 럼 캐스크 등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크의 품종
오크의 품종 역시 위스키의 맛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원래의 셰리 캐스크에는 스페인을 중심으로 서유럽 전역에서 자생하는
로부르참나무(Quercus robur)가 사용되었습니다.
이 로부르참나무의 경우, 달달하고 과일 같은 향을 내기 때문에 가장
선호되는 나무입니다.
다만, 로부르참나무가 오크통을 만들기 적합한 수준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100~150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가가 높고 공급이 불확실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서 자라며 버번 캐스크를 만드는 데 쓰던
알바참나무(Quercus alba)를 셰리 캐스크로 만드는 방법 역시 사용되고
있으며, 이를 아메리칸 셰리 오크라고 부른다. 알바참나무는 70년 안팎이면
오크통을 만드는데 적합한 수준까지 성장하며 목질이 단단하고 파손이 적어
대량생산에 유리합니다.
알바참나무에서는 로부르참나무보다 쨍한 스파이스와 바닐라를 더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유러피안 오크를 사용한 위스키를 더 윗급으로 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부유럽을 중심으로 자생하는 페트라참나무(Quercus petraea)를 쓰는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엔 로부르참나무와 알바참나무의 중간 같은 맛이
납니다.
일본이나 대만에서는 신갈나무(Quercus mongolica)나 물참나무(
Quercus grosseserrata)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시안 오크 또는 미즈나라(水楢)라고 쓰여있으면 이런 참나무가 사용된
것입니다.
이들의 경우 목질이 약해 비교적 쉽게 파손되지만 다른 오크들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바닐라 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목질이 약하다는 점은 캐스크 피니시 작업만 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